강릉 특산 미식 기행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가 있습니다.
강릉 하면 백두대간과 동해 바다를 품은 아름다운 자연을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런 천혜의 자연에서 채취한 식재료로 만든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 또한 사랑받고 있습니다.
강릉은 국내에서 전주와 나란히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미식 분야 도시로
지정돼 미식 문화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미식이 관광인 시대입니다.
고유의 전통이 살아 있는 맛있고 차별화된 음식이 가득한 강릉으로
입맛 돋우는 미식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병산 옹심이 마을
감자가 많이 나는 강원특별자치도는 종종 ‘감자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쌀이 귀하던 시절 강원특별자치도의 주식은 감자였다.
강릉에서는 감자를 갈아서 완자처럼 만드는 새알심,
강릉 사투리로 ‘옹심이’를 즐겨 먹었다.
한 알 한 알 정성으로 빚은 감자옹심이는 쫀득한 식감에 시원한 국물이 더해져
깊은 맛을 자랑한다.
강릉 곳곳에는 강릉의 소울푸드 감자옹심이 맛집들이 즐비하다.
그 중 병산동에는 감자옹심이 전문 식당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있다.
햇감자가 나던 시절이면 감자를 쓱쓱 갈아 감저전을 팔던 집들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그 일대 옹심이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 감자로 제철 옹심이를 맛볼 수 있는 계절이 왔다.
옹심이칼국수로는 걸쭉하고도 쫀득한 투박하지만 담백한 맛을 즐기고,
지글지글 갓 구워낸 감자전을 곁들여 식욕을 북돋아 보자.
낯선 여행지에서의 긴장감은 어느새 무장해제 되고
다시 강릉을 찾고 싶은 이유가 될 것이다.
초당 두부 마을
강릉에 오면 두부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두부를 평범한 식재료라고 생각했다면 무조건 강릉 초당두부를 꼭 맛봐야 한다.
깊고 웅장한 맛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초당’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였던 허엽의 호다.
허엽은 허난설헌과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가 강릉부사로 재임할 때 탄생한 게 바로 초당두부였다.
허엽은 바닷물이라는 천연 간수로 두부를 만들게 했고 그 특유의 맛이
소문이 나면서 강릉의 대표 음식이 됐다.
1986년 초당마을에 처음으로 두부를 메뉴로 한 전문 식당이 영업을 시작했고
몽글몽글한 순두부 맛은 순식간에 유명세를 얻어 지금의 초당두부마을을 만들었다.
깊고 고소한 맛이 나는 초당두부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새로운 메뉴도 사랑을 받고 있다.
진한 짬뽕 국물이 순두부와 합쳐지고,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으로 재탄생하는 등
전통과 변화가 공존한다.
초당두부마을은 강문 바닷가와도 가깝고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도 둘러보고
안목 커피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코스로도 제격이다.
사천 물회 마을
동해 바다를 접하고 있는 싱싱한 해산물의 천국 강릉!
강릉 사천진항에서 물회를 맛보면 없던 입맛도 확 살아나고 만다.
물회는 갓 잡아 올린 생선이나 오징어를 날로 잘게 썰어서
새콤달콤 양념에 채소를 버무려 물을 부어 먹는 음식이다.
조업을 하던 어부들이 배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물회는 보통 오징어가 유명하지만 뼈째 씹히는 가자미와 두툼한 광어 등
어떤 회와도 잘 어울리고 제각각의 독특한 맛이 있다.
물회와 환상의 궁합인 미역국은 매콤한 맛을 달래주는 물회의 소울메이트다.
주로 우럭 미역국이 나오는데
주인공인 물회의 뺨을 칠 정도로 깊고 진한 감칠맛이 있다.
마을이 대부분 물회를 파는 식당이지만 같은 맛은 없다.
어떤 집은 사골육수를 사용하고 어떤 집은 커다란 양푼에 차려내기도 하고
집집마다 맛과 매력이 모두 다르다.
단 하나 같은 것은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사랑받는 메뉴라는 것!
싱싱한 해산물과 새콤한 육수로 바다의 신선함을 느끼고
바다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뷰까지 완벽한 사천 물회 마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먹는 일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강릉에 온다면 물회로 그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해보자!